#1
우상호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블로그계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개정안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원문을 찾아보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검색한 결과,
우상호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천영세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모두 찾을 수 있었다.
#2
우상호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
먼저 우상호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의 경우에는
원문과 더불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김문희 수석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볼 수 있다.
원문이 워낙 두리뭉실하게 씌여져 있어서 검토보고서를 찬찬히 읽어봤다.
먼저 문제가 되고 있는 77조3과 4의 내용을 P2P 등의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P2P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권리 침해행위를 조장 또는 방조"하고 있다고 하며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법적인 통제 및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데서 입법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써있다.
그 다음 친고죄의 대상을 축소하겠다는 것인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저작권법에는 기본적으로 친고죄이며,
일부 행위에 대해 비친고죄가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눈에 띄는 점은 P2P 서비스와 DRM에 대한 것이다.
77조3과 4의 내용을 위반한 경우에는 비친고죄가 되는데
이는 P2P 서비스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DRM에 대한 부분은 98조6에 씌여있는데,
DRM을 제거/변경하는 경우에 대해 적용한다고 되어있다.
DRM의 경우에는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한 경우에 대해
적용한다고 되어 있으니 사적 허용이라는 대원칙에 위배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2-1
제재만을 위한 위험한 조항
먼저 77조3과 4의 내용은 당초 발의한 의도와는 다르게
조항의 확대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P2P에서의 저작권 침해를 막겠다는 의도로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등을
복제·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적용되는 조항을 신설했다.
과연 상호간에 컴퓨터로 저작물을 복제·전송하는 것이 P2P에만 해당하는가?
P2P라는 기술적 사안에 대한 제재를 하고 싶었다면
보다 정확히 구분되는 기술적인 서술을 했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이 같이 확대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는 기술적 고려 없이 제재만을 위한 조항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제재에만 급급한 조항이 가져올 파급 효과란 것은 엄청나다.
간단히 생각해서 이메일 서비스를 생각해보자.
이메일 서비스는 client-server 모델을 따르고 있으므로 분명히 P2P서비스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등을 복제·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가 맞다.
메일 본문도 저작물이요, 첨부 파일도 분명 의미있는 저작물일 것이다.
이렇듯 이 조항은 지나치게 모호하여 어디에나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위험한 조항인 것이다.
#2-2
불가능한 "기술적 보호조치"
또한 저작물의 불법 복제와 전송을 막겠다는 이유로 어떤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한다고 한다면
그 기술적 조치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간단히 말해서 저작물과 저작권의 관계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복제나 전송하고자 하는 데이터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밝혀야 하지 않을까?
존재하는 모든 저작물과 저작권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 쓰고 있는 글 자체가 나에게 귀속된 저작물이 되는 것처럼,
저작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수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복제나 전송 시 해당 데이터가 어떤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알아내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먼저 이것이 검열에 해당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데이터의 판별 또한 문제가 된다. plain text가 아닌 이상 다른 포맷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일일히 판별하는 것조차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또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불법 행위를 방조한 경우에는 비친고죄로 한다고 되어있으니,
데이터베이스가 부실하거나 데이터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불법 행위 방조로 바로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메일 서비스 조차도 이 법의 적용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와 유사한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는 이 법이 발효되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2-3
저작권법은 권리자와 이용자 모두를 위한 법
저작권법은 권리자 옹호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저작물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생각해서 법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 저작권법의 사적 복제 허용에 대한 것이나, 친고죄에 대한 것은
저작권법의 큰 뿌리에는 이용자를 위한 면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77조3과 4의 위험성이 너무 커서,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법안에는 DRM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심도있는 논의 없이 DRM을 표준화하여 적용할 경우,
지금의 공인인증서와 같이 특정 환경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반쪽짜리 표준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이용자가 저작물을 보다 편리하고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 저작물의 합법적인 유통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3
천영세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
천영세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의 경우에는
글을 쓰기 시작한 12월 8일 오전 1시경에는
아직 원문 조차 볼 수가 없어서, 어떤 내용인지는 요약만 보고 참고해야했다.
그런데 글을 마무리하던 오전 2시경에는
원문이 올라와 있었다.
(국회에서도 야근을 하는군요...)
제안이유에 따르면 "저작자의 권리 보호와 저작물의 공정 이용 사이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것"으로
저작물의 공정이용을 위한 지적재산권 제한의 포괄조항 신설(33조2)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한 면책조항(77조1)이 눈에 띈다.
또한 저작권 침해 행위를 업으로 한 자에 대해서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용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기술적 보호조치를 해제하도록 하여
저작권자에게만 치우쳐가던 저작권법 개정안의 균형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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