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감동이나 즐거움을 느끼는가.
아니다. 오히려 요즘은 매일 지루함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요즘 들어 쉽사리 지루해지는 것은 왜일까.
종강파티 개강파티, 설레임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자리,
동문회, 한 때 같은 장소나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들의 모임,
동아리,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
서너 시간 수업을 듣고 난 뒤 찾아오는 점심 시간,
친구가 MD에 편집해 온 자신만의 베스트 음악을 들어보라며 권하던 자습 시간,
만나서 인사하고 밥먹고 노래방 가는 것만으로 즐거웠던 교류 동아리와의 인사 자리,
고등학교 연합 동아리를 만들겠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부딪히던 시절.
짝을 바꾼다는 설레임에 괜시리 긴장하던 자리 바꾸기 바로 전 날,
이런 저런 대회에 나간다며 수업 쏙쏙 빼먹고 다녔던 기억,
제비뽑기로 정한 상대에게 나를 숨기고 이리 저리 챙겨주던 마니또,
창문 틈으로 들어 온 참새가 유리인 줄 모르고 있는 힘껏 날아올라 부딪혀 죽고 말았던 슬픈 기억,
삐약삐약 소리에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간가는 줄 몰랐던 노랑 병아리..
시간을 돌이켜보면 기쁨의 추억엔 어떤 커다란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작고 소중한 게 더 많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문득, 감동을 받기까지 필요한 자극이 너무 커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흥의 역치라고 할까. 스쳐지나가는 작은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주마간산이라고 했던가. 말을 달리며 산천을 구경하면 아무래도 대강대강.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그렇다. 뒤돌아보면 어떤 사람이든 좋은 점으로 평가받아야 옳은 것 같다.
나쁜 점이 눈에 쉽게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좋았던 점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 좋았던 점이 어떤 작은 것이든지 말이다.
그래 이제 다시 작은 것에 주목해야겠다.
그렇다고 소심하고 째째해지겠다는 건 아니다.
지나치게 커져 버린 듯한 감흥의 역치를 낮추어 보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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